요즘 만화판을 보면...

만화콘텐츠 유료시장의 현황과 신규 유료 시장의 창출 가능성

소비자로서 저는 딱히 어느 한 분야만 즐기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만드시는 단행본이나 포털을 통해 서비스 하시는 것이나 제게는 같은 이름. 만화입니다. 중요한 건 뭐가 더 재미있는가? 입니다. 웹이든 단행본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스크롤 방식을 이용한 연출이 있다고 해도 페이지를 넘기면서 느껴지는 맛이 있다고 해도 제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든 그냥 만화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어떤 만화가 더 재미있는가?'이지, "어느 플랫폼으로 나오는 만화가 더 재미있다!"가 아닙니다.

요즘 참 힘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판로가 막막 하시죠? 피 터지게 경쟁하며 올라가는 웹툰. 대체 무슨 수를 써야 채택 될 수 있는 지, 아리까리한 일간지. 웬지 시작하면 타락하는 거 같은 학습만화. 신인들은 데뷔하기도 벅찬 전문잡지. 단행본 판매량도 점점 가물어만 가는 시장 상황. 대체 뭘 해야 만화로 돈을 벌 수 있을지가 막막하실 거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정말 좋은 만화. 재미있는 만화를 만들어야 하는 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 와중에 앺스토어니 플랫폼 변화니 뭔가 아리까리하고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즐비하게 왔다갔다 하고 있고 말입니다.

전 게임이든 만화든 사람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소위말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모든 업종이 가져야 할 공통적인 목표가 '재미를 주는 것', 혹은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되고 또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러분이 가진 '힘'이나 '능력'만으로 '재미'를 주고 '대가'를 받는 일은 정말 힘들 거에요. 그랬으면 지금쯤 다들 편하게 살아가고 있을테니 말이죠.

사실 인간을 즐겁게 하는 일은 어느 쪽이든 다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제가 있는 게임판이 그렇거든요. 제가 PM이라서 더 뼈저리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쪽은 어느 회사를 보든 절대적인 가치가 '생존'이에요. 즐거움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걸 위해 살아남아야 해요. 이건 아무리 큰 회사라도 팀 하나에 붙어있는 개개인 모두가 느껴야 할 궁극적인 책임감입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지 못 하면 자리를 지킬 자격 같은 건 없는 거에요. 이 쪽은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 한 사람이 많은 곳이기도 하구요.

재미를 주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생존입니다. 어떤 플랫폼이든 살아남아야 발전하고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근 20년 넘게 만화책을 보며 살아온 저로서는 솔직히 만화판 생존의지를 느끼기가 참 어렵네요. 수익모델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최근보면 90년대 감성으로 만든 만화를 2000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웹툰도 그렇고.. 정말 이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일까? 너무 성인 지향적으로 흘러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오히려 학습만화가 더 재미있다는 생각도 많이 들구요.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기기를 만드는 곳들은 다들 어떤 음식을 같이 제공해야 이 그릇이 잘 팔릴지를 고민합니다. 당신들이 하는 일은 그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런 여러가지 그릇에 음식을 담아보려는 발상은 해 보셨는지 여쭙고 싶어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고 단체인지 의문입니다. 허구헌날 네이버와 싸우기위해 모인 단체인가요? 네이버랑 싸우기 전에 만화책 속에 PPL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해 보셨는지요? 아니 발상은 해 보셨나요!?

특정한 만화 한 편을 위해 기획인력, 마케팅인력, 홍보인력을 별도 편성해서 육성해보려는 시도는 있었는지요? 그냥 작가들 집단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만화 한편을 위해 자료를 모으고 소재를 찾고 그 만화가 시장에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팔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시행하려고 하신 적은 있으셨는지 여쭙고 싶어요. Web이라는 그릇에 만화를 올릴 수 있는 방법도 그래요. 그냥 이미지만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플래쉬로 특정한 부분은 움직이는 연출을 한다던가, 혹은 사용자가 만화 내용을 취사 선택해서 독자 마다 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든다던가 하는 시도는 없었는지요?

나름대로 장르 안 가리고 정말 닥치는 대로 보는 저입니다만, 아직까지 그런 시도는 들어본 적도 없어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말이죠. 작품 하나를 위해 작가님들이 직접 발품팔아 돌아다니고 정보를 모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런 소중한 작품을 더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거나 혹은 새로운 그릇에 담으려는 시도는 왜 그렇게 인색하신 것인지 참 궁금하네요. 정말인지.. '만화'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도 빤해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작 저 정도 되는 사람 밖에 만족시키지 못 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만드는 콘텐츠를 사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앺이 아니라도 되요. 여러분은 재미있는 걸 만들어서 그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생존이 필수불가결인 만큼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에요. 다만 대가를 받는 방법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싶네요. 무조건 '소비자에게 만화를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부터 고쳐야해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죠. 기업과 제휴해서 작품에 나오는 사물을 특정 기업 제품으로 삽입한다거나, 캐릭터 상품이 나올 수 있을 만큼 수작을 공급하거나, 웹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공개하고 광고를 붙인 다음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거나 그도 안 된다면, 다른 콘텐츠와 제휴해서 기업 규모로 좀 움직여 보시라는 겁니다. 그 업계에서 나오는 산물을 보고 있는 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여러분이 보실 수 없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새로운 매체가 나올 때도 그래요. 웹툰이 나왔을 때.. 모바일 툰이 나왔을 때.. 지금 보면 다들 '만화'를 그리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다들 각자 입장이 있고 생각이 있죠. 그리고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거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힘을 합해 살아남을 생각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서로 싸우기 바쁘신 거 같아 참 유감스럽습니다. 당장 당신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누가 잘났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다 함께 살아남을까입니다. 앺스토어라는 새 시장이 열렸으니 달려보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작가들이 창작에 전념 할 수 있을 만큼의 환경을 만들 수 있는가? 그 자원을 만드려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시장 확대라는 개념이 없어보여요. 서교수님이 '아타리 쇼크'를 예로 드셨는데.. 전 그게 지금 당장 우리 만화계가 처한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이 만드는 작품은 절대 다수 사람들이 주머니를 열 만큼의 기대도 주지 못 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만화에 관심이 없어요. 만화가 아니라도 즐겁고 재미있는 게 많아서가 아닙니다. 그냥 여러분이 만드신 만화가 내 주머니를 열 수 있을 만큼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 팔리는 거에요. 때문에 저 처럼 낼 모레면 서른인 늙은 독자와 극소수 소비자들만 꾸준히 책을 사는 겁니다.

파는 방법이 달라지고 대가를 받는 방법도 달라지는 세상입니다. 전 좀 더 새로운 매체가 나오더라도 비용을 지불하고 여러분이 만드신 작품을 살 용의가 있습니다. 제발 부탁이니 좀 더 재미있는 걸 만들어 주세요. 더 다양한 그릇에 담아주세요. 지면, 단행본, 웹, 모바일, 학습만화.. 이런 식으로 편가르기 좀 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만들건 '만화가'입니다. 만화가 멀티 시나리오로 진행되면 어떻고 만화에서 음악이 나오면 어떻습니까? 만화에서 어떤 컷이 조금 움직인다고 해서 만화가 애니메이션이 되는 건 아니랍니다. 모든 역량을 만화계 생존에 집중하시고 그걸 바탕으로 더 나은 즐거움을 만드는 곳에 써주세요.

"여러분이 하셔야 할 일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간편하게 그리고 정당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그리고 만화가가 아닌 만화 업계 여러분. 시장 확대는 무조건 작품만 좋아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그릇이 있어요. 꼭 앺스토어가 아니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인터넷이 그렇고 한 해에 수십개가 쏟아지는 각종 디지털기기가 있어요. 당장 다음 세대 DTV도 있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 얼마나 접근하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일단 케이스 스터디라도 해 보세요. 매체는 많아요.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어요. 수 많은 그릇 장수들이 자사 그릇에 훌륭한 요리를 담길 바랍니다.

만화는 아주 막강한 효율을 가진 콘텐츠에요. 제 아무리 제작비가 비싼 만화라도 어지간한 게임 한 편 제작비입니다. 게임이요? 그냥 한편 만들어도 1억은 가벼워요. 제대로 만드려면 수억 깨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돌아오는 것도 많아요. 그런데 그게 그냥 이루어진 걸까요? 게임 업계는 국내 시장 포화상태가 되었을 때, 해외로 눈을 돌렸고 숨어있던 시장을 찾기위해 장르를 개척했어요. 주머니를 열지 않는 소비자를 줄이기 위해 주머니를 열 수 밖에 없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발전 시켜왔고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전체 매출 48%를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했어요.

좋은 만화를 만드려면 당연히 돈이 들어야해요. 작가 개개인이 노력한 것만으로 '팔'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작가분들이 무능해서가 아니에요. 만화계 전체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발할 생각도 희박했고 소비자가 다시 관심을 가지도록 할 만한 노력도 거의 없었어요. 수출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이건 어째 작가분들 개개인의 노력에 기인한게 아닌가 싶네요. 그렇다고 작가가 안심하고 창작에 전념 할 수 있을 만한 여건도 제공하지 못 했어요. 그리고 그게 꾸준하게 이어진 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닌가 싶네요. 넓게 봐야해요. 크게 봐야 해요. 만화계 아타리 쇼크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그걸 만든 주인공이에요.

by Wind | 2009/07/12 00:20 | 보는 이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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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핏빛 화성하늘 아래… at 2009/07/12 14:49

제목 : 요즘 만화판을 보시니 이렇다십니다.
▷ http://life0208.egloos.com/1554373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잘 알 것 같고, 그 충고나 염려는 만화계가 달게 받아야 하겠습니다만……. 그 뭐시냐…… 그 결론을 내기 위해 든 '너네 뭐 한 것들이 있냐, 해 볼 생각이냐 해 봤냐'라고 언급하는 대목들에선…… 미안합니다. 실소를 하고 말았습니다. PPL이 안 나왔겠어요. 시스템 안 만들어보려 했겠어요. 인터랙티브 안 넣어 봤겠어요? 근데 그렇더라고......more

Linked at 핏빛 화성하늘 아래… : 요즘.. at 2009/07/12 13:56

... ▷ http://life0208.egloos.com/1554373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잘 알 것 같고, 그 충고나 염려는 만화계가 달게 받아야 하겠습니다만……. 그 뭐시냐…… 그 결론을 내기 위해 ... more

Commented by ... at 2009/07/12 14:17
이건 마치 "한국게임은 너무 안이해요, 다 똑같고 레벨노가다만 있고 배낀 겜만 있으니 소비자들이 실망하죠, 게임회사분들은 wow처럼 아템 현질 안하는 게임 만들어볼 생각은 해봤나요? 렙 노가다 안하는 게임 시도는 해 봤나요? 허구헌날 MMORPG만 줄창 만드니 게임 시장이 정체되는 거에요. 왜 패키지 게임은 안내나요? 왜 콘솔은 시도 안 하죠? 우리는 재밌는 게임을 원합니다. 다 똑같은 온라인 게임을 하기 싫은 건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말씀이로군요. 원래 모를 수록 쉽게 말할수 있는 법이지요.
Commented by Wind at 2009/07/12 23:46
네넵. 감사합니다. 제가 2003년에 기사로도 포스팅으로도 주야장창 지껄이던 소리 되겠습니다.:)
Commented by 월랑아 at 2009/07/12 14:58
새로운시도란게 말이 좋아서 새로운 시도이지 현실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말씀하신것과같은 것은 들은 대부분 현실적인 의미에서 매리트를 같지 못합니다.

예를 드신것중에 플래쉬를 이용해서 그림의 일부분만 움직인다..라는 거...
이미 만화웹진중에서 시도한곳이 있었씁니다.

음악과 성우의 첨부.....그것도 있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굿모닝 티쳐를 이런식으로 보았습니다.)

그것이 무려 2000년대 초에 이루어졌습니다.

시도를 안하는것이 아닙니다.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에게 먹히지않은것이죠.(앞에 말한것도...망했죠)

만화는 만화이기때문에 얻는 이익과 만화이기때문에 포기할수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을 잘 생각해야합니다.
말은 쉽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만화의 한계라는것은 우리 사회에는 있습니다.
기본적인 인식부터, 기형적인 현재 시장까지요.

현재도 많은 분들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있습니다.
그것이 소비자의 눈에는 안보이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분들의 노력이 있다는것을.....기억해주셨으면합니다.

Commented by Wind at 2009/07/12 23:47
하루 빨리 그런 게 보이게 되길 빕니다.
Commented by 가네듀 at 2009/07/12 16:49
님께서 접해보지 못했다는 시도들은 거의 다 시도되었던 것들이네요.

그리고 생존은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에 마냥 매진하다가는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일들도 허다하고 게임이든 만화든 열악한 여건에서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에 대한 투자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 개인은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어설프게 블록버스터 시도했다가는 인생 망가지는거
한방이죠.

만화작가들이 잘 뭉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은 저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대외활동에 적극적인 분들은 지극히 한정적이죠.
분명 바뀌어야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Wind at 2009/07/12 23:49
작가분들이나 개발자나 인생을 걸고 뭔가를 만드는 것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뭐랄까.. 성공을 향한 접근 방법이 다른 것 같아요.
Commented at 2009/07/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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