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 취직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쓰는 전언이봐. 서울대 가기 싫지? 머리 터지게 공부하려니 미치고 팔짝 뛰겠지? 사실 나도 그게 죽도록 싫더라. 학교 공부를 하느니 차라리 몸으로 때우자 싶었지. 그래서 때웠어. 이제부터 아주 레알하게 알려줄께. 아마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절반은 내 병신 인증이기도 할 거야. 게임 업계 들어가는 거? 사실 어렵지 않아. 니들이 그냥 방법을 모르는 것 뿐이야. 졸라 영세한 업체를 찾아. 당장 월급 안 받고 1년을 버틸 각오를 한다면 게임 회사에 "입사"하는 건 쉬워. 월급 안 받아도 좋으니 1년 동안 만 일하게 해달라면 쌍수들고 환영할 회사는 널렸어.
지금 우리 나라에 게임 회사가 1,500개 정도 있어. 생각보다 많지? 니들이 이름 아는 몇몇 회사 빼고.. 그 중에 좀 알려진 100여개 정도 빼면.. 나머진 다 고만고만해. 그런 곳은 니가 제발로 찾아가서 "앞으로 1년 노력 봉사 하겠습니다!" 하면 오냐 하고 뽑아 주실 거야. 아마 월 80정도? 좀 인정있는 사장님이라면 월 100 정도 혹은 식대 제공 정도의 조건으로 고용해 주시겠지.
그 상태로 니가 배울 수 있는 건 전부 다 배워. OA계열은 기본이고 포토샵이나 플래쉬 같은 것도 기본은 할 줄 알아야겠지? 당장 안 쓴다고 제껴두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개발자로 썩어갈 거야. 흡수 할 수 있을 만큼 흡수하고 능력을 키워. 이렇게 해도 니들이 주어섬기는 그 "N"사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실력을 쌓으려면 아니 정확히는 그만한 실력을 만들어서 증명하려면 적어도 3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배워야 할 거야.
참 더럽고 치사하지? 그 잘난 "샤"대학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슈퍼로봇대전에 있는 "카"로 시작하는 그 학교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그 출신들이 잘 나가는 지 납득이 안 되지? 사실 그거 말고도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어. 어쩌면 서울대 가는 거 보다 쉬울지도 몰라. 이제부터 내가 기획자라기 보단 PM이긴 하지만, 암튼 지금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써먹은 방법을 그대로 풀어줄께. 참 쉬워.
우선 세미나를 다녀. 정부에서 하는 건 기본적으로 다 들어가고 연사들이랑 안면 트는 건 기본이야. 친해지는 것 까진 안 바래. 그래도 하다못해 인사 정도는 해두는 게 좋아. 기왕이면 강연 내용을 뒤엎을 만한 질문을 던지거나, 강연 내용중에 틀린 부분을 넌지시 짚어주는 것도 좋아. 물론 그러려면 애지간한 연사들 강연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준비해야겠지? 세미나 4시간 들으러 간다면 적어도 한달 동안 관련 분야 정보는 최대한 숙지해놔. 만렙이 필수야. 안 그러고 어설프게 나섰다가 너만 발리고 그대로 침몰 할지도 몰라.
요런 식으로 한 3년 동안 세미나를 다녀. 처음에는 저렴한 거 부터 시작해서 점점 수업료를 올려. 간혹 산업 기술 세미나 같은 거 하면 꼭 가봐. 이런 데서 나오는 정보는 정말 피가되고 살이되고 때로는 고기도 된다. 그러는 한편, 니가 만들고 싶은 게임 분야에 대해서 애지간한 대학교수는 가볍게 뛰어넘을 만큼 지식을 축적해둬. 간지나는 전문 용어 다 집어치우시고 5살 짜리도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아. 그게 글이든 문서든 말이지. 여기에 관련 시장 정보는 기본이요, 해당 장르, 플랫폼에 대한 동향, 소비자의 니즈가 뭔지 정도는 알아야겠지? 물론 그 변동 추이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도 중요해.
간혹 무슨 사이트 하나 만들어 달라는 둥.. 솔루션을 만들어 달라는 둥 하는 부탁을 받게 되면 한 걸음은 뗀셈이야. 그럼 당연히 만들어야겠지? 의뢰인이 기대하는 게 100이라면 120~150 정도를 만들어서 제출해. 이건 당연한 거야. 사람은 누구나 내가 들인 것 보다 많은 걸 얻길 원하거든? 니 고용주라든가 의뢰인도 마찬가지야. 동급대비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해. 이런 작업을 좀 하다보면 큰 떡밥이 날아와. 예를 들어서 무슨 게임을 만들어 보라든가..하는 식으로 말이야.
난 용산 바닥에서 모니터 배달원으로 스타트를 끊고 이곳저곳 1년 반 동안 방황하다가 게임 매체 기자가 되었다가 WEB 만들다가 WAP 서비스 만들고 뜬금없이 모 휴대용 게임기 번들 게임을 프로듀스하고 몇개는 개발도 하고 하는 걸로 시작해서 지금은 내가 만들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있어. 그것도 무려 내가 PM이로군. 그런데 나 돈은 별로 못 벌어. 내 나이에 이 연차에 소위 말하는 좋은 학교 나온 애들 보다야 당연히 못 벌겠지. 아마 그 친구들 초봉 정도 받을까?
그렇지만 충분히 만족하는 중이야. 내가 한 사무실을 관리하고 있고 좋은 사람들이 같이 게임을 만들어 주고 계시고,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좋은 결과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허구헌날 밤을 세도 힘들고 피곤하고 짜증나는 게 없어. 솔직히 금요일에 잠이 쏟아지기는 하지만... 적어도 직업을 통해서 얻는 성취감은 충분하고 남을 정도야. 뭐 당장이야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결혼이나 연애는 꿈도 못 꾸고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행복이랑 좀 거리가 먼 생활이긴 한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뭔가가 나오는 걸 보면 그냥 입이 찢어질 뿐이지. 이게 좀 심해서 사실 이거 말고는 다른 생각도 별로 안나.;,
당장 돈은 못 벌어도 괜찮아. 내년 연봉이 지금 보다 떨어지면 좀 많이 곤란하지만, 그래도 이 팀이 유지 된다면, 계속 이 회사에 붙어있을 거야. 돈은 내가 회사에 벌어주고 그 중 일부를 가져갈 때 많이 벌리는 거야. 안 그러면 여기서 연봉이 더 올라도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 회사에서 무조건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물론 노동법에 빗대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 하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는 내가 자발적으로 이렇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곳이야. 찾아보면 게임 쪽에는 이런 회사가 은근히 많아. 그런데 다른 회사에 어떤 비젼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건 각자 찾아야 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지.
아마 내가 당장 눈앞에 몇 푼에 연연했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야. 바보같게도 월 80짜리 생활을 5년 씩이나 해버렸고 그런 주제에 비싼 세미나도 미친 듯이 질러댔으니 지금 상태도 정상은 아니지. 하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오고 나름대로 살만한 세상이와. 게임 쪽이라고 그 시작이 궁색했다 하여 끝까지 궁색하게 사는 건 아니거든. 게임을 만드는 게 지상 과제고 당장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어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 처럼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야. 대신 평일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자는 건 포기해야 하겠지만...;,
내가 이 일 하면서 가끔 아르바이트로 하는 게 있는데, 그게 컨설팅이야. 말이 좋아 컨설팅이지, 정부 사업 입찰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만들어주고 그에 필요한 조건을 찾아주는 역할이야. 어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사무실 입주 건이라든가, 내년도 정부 사업 수요조사라든가 하는 것들을 제출하고 채택되는 사업이 있으면 컨소시엄 구성해서 찔러보고 그런 일이지. 이런 일 하는 사람들 중에 아마 내가 제일 어린 거 같긴 한데, 아마 찾아보면 나 보다 더 어린 사람도 있는 것 같구만. 음.. 적중률은 지금까지 한번 빼고 전부 성공. 8건 중에 3,000만원 짜리 하나 빼고는 다 성공했네. 실적은 지난 2년 동안 대충 수십억 단위는 되는 거 같아. 그래봐야 입주건은 사무실이 생겼습니다! 관리비를 벌었습니다! 보증금을 세이브 했습니다! 정도. 다른 사업은 그냥 참여기업끼리 사업비 나누고 이래저래 빼보면 나 한테 떨어지는 건 한끼 식사 정도 밖에 안 돼. 하지만 그 만큼난 경험을 했고 새롭게 뭔가를 할 때 필요한 자원을 쌓아두게되는거지.
이 와중에 무슨 오지랍인가 싶지만.. 적어도 이 동네에는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아. 다만 이걸 남들에게 권하는 건 잘 모르겠구만. 그런데 분야가 뭐가 되든, 정말 제대로 해 보겠다고 달려들면 그 사람이 뭘 하는 사람이든 간에 다들 도와는 주더라구. 나는 그래. 학벌이래봤자 전문대 전자과 출신. 인맥.....은 좀 넓긴 하지만 학연이나 지연으로 엮이는 케이스는 없네. 그냥 세미나 갔다가 알게된 어디어디 지부장님.. 내지는 어디어디 회사 사장님 같은 분들이고.. 그래도 대부분 잘 도와주시기는 하더라. 뭐 나야 아직은 그 잘 나간다는 회사에 들어갈 만큼 내공을 가진 인물이 안 되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런데 그런 곳에서 와서 일하라고 해도 내가 거부 할 거 같긴해. 지금 처럼 편안 할 것 같진 않거든.
뱀발.. 객관적으로 보니까 참 비참하긴 하네. 음... 근무시간 대비 노동력으로 보면 이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시급은 대체 뭔지...;,